눈 오니까 변민호 생각남

아기 변민호
비닐하우스 밖에서 해진 내복에 외투 걸치고 오들오들 떨면서 헐어서 손잡이 덜렁거리는 삽으로 열심히 눈치웠을 아기민호
추워도 아침부터 낑낑 아빠가 다 마신 빈 소주병 한가득 박스에 채워진거 빈병수거 아저씨한테 가져가서 동전 몇개 바꿔서 쌀 한주먹 사왔을 아기민호
대충 소금 쳐서 펄펄 끓인 흰쌀죽 만들고 동네 할머니가 싸주신 김치 꺼내서 어제도 새벽까지 과음하고 뻗은 아빠 흔들어 깨워서 밥 같이 먹는 아기민호
그나마 조금 따뜻한 아랫목에 깐 이불동굴 안에서 숙제연습장에 연필 꾹꾹 눌러서 글짓기 숙제하는 아기민호
그러다가 너무 추워지면 오후에는 ㅇㅇ읍 도서관에 가서 문열었나 기웃거리다가 다행히 열려있으면 얼른 들어가서 관리아저씨가 이제 문닫는다 할때까지 난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책 읽었을 아기민호

이제는 통유리창 밖으로 눈 폴폴 내리는 펜트하우스에서 우경이 코코아 타주고 자기는 대추차 이런거 타서 푹신한 소파에서 담요덮고 소설책 보겠지 옆에서 입맛 아저씨같다고 놀리고 책 그만보고 놀자고 칭얼대는 우경이 가만있으라고 무릎배게 해주고 열심히 독서하겠지